作 小 卑 家ㅣ정선 단독주택 II.

2022 (completed)


[2023 강원도 건축상 특별부문 입선]

작아서 소중하고, 비울수 있어 가치로운.


이 '비움'이라는 것은 서로 각기 개별적인 사유와 실천의 차이에 따라 중정, 마당, 아뜨리움, 회랑, 광장 등 다양한 어휘로 적절히 발전하고, 변용되어 왔다.


이 시대의 건축적 '비움'이라는 개념은 조금은 상투적이고 따분하고 지루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공백'이라 칭하고, 우리의 건축적 철학으로 잡은 것은 이 '비움'이라는 개념이 그만큼 가치있고, 또 필요하기 때문인것이 아닐까.


기능 만능주의의 시대의 흐름에서, 우리는 다소 노골적으로 현 상황을 부정하고 있다. 

좀더 나아가 건축 공간 [空間] 이 지녀야 할 본래적 조건으로 비결정성과 불확정성, 개방성, 가변성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공간 [空間] 을 바라봄에 있어 어떻게 기능하고, 작동할 것인지, 무엇으로 채울것인지에 대한 철저하게 계획된 서사의 나열이 아니라, 그에 앞서서 그런 현상의 정면에서 잠시 비껴서서 어떻게 흩뜨려 놓을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제시하며, 무엇을 비워낼 것인지, 그 여백 [餘白]을 어떻게 조직 하고 구성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에서 흘러내려오는 구절천과 동에서 흘러 들어오는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 나루터에서 부터 다시금 30리를 따라 내려오면 오대천과 합류한다. 그렇게 만난 하천이 비로서 강의 이름을 얻어 조양강으로 바뀐다. 그렇게 하천이 굽이쳐 호를 그리며 만나 어우러지는 곳에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남평[南坪]이라는 지명으로 불려왔다.


이 집은 은퇴를 앞둔 노부부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벚 삼기 위해 작고 소박한 집 한채를 짓고자 하는 바램에서 시작하였다.

말투에서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묻어 나오는 건축주 부부는 평생을 부산에서 나고 자라 왔으며, 아파트 라는 주거 형태에 익숙한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하지만, 주거 방식에 대한 요청사항은 간단하였다. 거주하기에 편하고, 자연경관을 담을수 있는 집이면 될것이라 하였고, 도시에서의 거주방식을 바꾸고싶다 하였다.


우선, 오랫동안 가져온 ‘집’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서 이 집을 만들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집들은 방과 방의 관계 이루어져 있다. 한간[間]집, 아흔아홉간[間]집이라고 하는것들은 바로 방의 집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방들은 서양집의 거실, 침실, 서재, 화장실 등 의 목적으로 불리는게 아니라, 위치에 따라 안방 건너방 문간방 등 목적 없는 방들의 집합이 우리의 집이었다. 이 방에서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이불을 깔면 침실이고, 식탁을 놓으면 식당이 되며, 책상을 두면 서재, 침실과 쇼파를 두면 거실이 되는 불특정한 ‘비움’의 방의 연속이다. 또한 방과 방사이는 벽으로 구획되고 문으로 닫히는 것이 아니라, 쓰임의 방식에 따라 칸막이를 옮겨가며 방을 합치고 또 분리할수 있다. 모든 방의 칸막이를 열어둔다면 사용자는 방과 방을 지나 시작지점으로 무한히 회귀할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방’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방’을 지나 다른 ‘방’으로의 전이일 것이다.


대지는 북의 백석봉과 남의 민둔산, 서의 가리왕산과 동의 남산으로 둘러쌓여있으며, 둥글게 감싸 흐르는 오대천 남쪽의 넓은 평야 마을, 남평리[南坪里] 그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사방이 틔어 있어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시선의 모든 풍경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아쉬울게 없다. 더불어 앞서 말한 방과 방의 연속, 방들의 집합이라는 형식은 주변 자연과 직접적으로 관계맺음을 통해 통풍과 채광을 자유롭게 하므로 건강하다. 남평[南坪]이라는 풍광 좋은 터에는 이런 집이 제격이 아닐 수 없으며, 사용자에게 즐거움이 될것이다. 


현관에 들어서 첫 칸막이를 열면 사용자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어느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목적지까지 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정의 시퀀스는 항상 다르기에, 고민되는 단계이다. 중앙의 작은 중정을 기준으로 쇼파와 TV가 있는 방(거실)과 8인용테이블이 있는 방(식당)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그너머 마당을 지나 오대천이 흐르는 소리, 그너머 가리왕산의 나무들이 부대끼는 풍경까지 담아볼수 있다. 주방에서 식당을 넘어 안방의 칸막이를 젖히면 마당을 즐기며 다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는 큰 사랑채로, 건너방의 칸막이를 젖히면 단풍나무의 붉은 색채로 가득한 작은  중정을 병풍삼아 담소를 나눌수 있는 작은 사랑채가 된다.

이 모든 방들이 각각의 다른 방에 대해 서로 독립적이면서, 다시 함께 모여 불특정한 비움의 방으로 변한다.


이 작은 집을 준공할 즈음 건축주 부부는 이름을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 

[作 小 卑 家 ]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작고 낮게 지은 집. 의미 그대로 작아서 소중하고, 비울수 있어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Project Information

단독주택  :  용도         

876.9㎡  :  대지면적 

125.7㎡  :  건축면적 

125.9㎡  :  연면적     

개인  :  발주처     

건축사사무소 공백  :  설계         

월튼내사람들  :  시공         

 (철근콘크리트조 + 경량목조지붕) 드림구조  :  구조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withjis 위드지스  :  창호         

(SH3238 블랙토담) 삼한C1  :  외벽         

알루미늄 불소수지 도장 강판 0.7T 돌출이음  :  지붕         

오목 디자인 +한샘  :  제작가구 

경동나비엔 전열교환기 + 키친플러스  :  환기설비 

영림도어  :  실내도어 

보강우드  :  간살도어 

랙스조명  :  조명기구 

(ingresso 헬싱키) 도스템(주)  :  현관도어 

EDEN BIO 에덴바이오  :  벽지         

(소나무황토벽지 2212-27 52.)                             

 치장목질마루판 NOVA 노바마루  :  마루         

(165*7.5T*1200 블랙라벨 블랑오크+황토접착제)                            

LEADERS WOOD 리더스우드  :  데크         

합성목재 LWD-20 (140*20T 메이플)                             

윤현상재   :  타일         

PORCELAIN GEA (600*1200*6.5T INOLA AG ITALY)                             

kahn-photo 최진보   :  촬영